"자식된 도리는 다 해야 될 것 같아 연행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28일 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중인 박모(26.조선대 2부대 법학과4)씨가 폐암 말기인 아버지(59)가 입원해 있는 광주 북구 유동 S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지난 5월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수배자라는 신분때문에 학교 안에서 숨어 지내다 아버지의 병이 위독해 앞으로 며칠을 더 사실지앞 일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병문안을 결심하게됐다. 박씨는 "누워서도 오히려 막내 아들의 건강을 챙기며 자수를 권유하시는 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임종때까지 아버지 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수배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 일로 공권력과 타협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대 2부대학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한총련 대의원이 된 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년여동안 수배생활을 해오고 있다. 수배자가 된 박씨는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마음놓고 가족들과 만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폐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박씨는 기회를 엿보다 이달초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 부자간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수배상태인 아들의 신변을 걱정한 아버지가 "경찰들이 곧 올 테니 어서 가라"며 박씨의 등을 떼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만남이 있은 지 20여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고 급기야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이날 박씨는 급히 병원을 찾아갔다. 병실에 들어선 박씨를 보며 아버지 박 모씨는 "나는 곧 떠날 것 같아 더 이상 (너를) 돌봐줄 수가 없구나"면서 "앞으로 편하게 살기 위해 자수하라"며 가슴속에있는 말을 꺼냈다. 박씨는 아버지의 야윈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 조선대 총학생회는 이날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의 병문안 보장 및한총련 합법화와 정치수배자들의 수배해제"를 촉구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