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순부터 7월까지 산란기를 맞아 서울 등 전국 대도시 지역에서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의 `비행사고'가 급증해 자연보호운동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15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금년 서울을 비롯 전국 대도시에서 신고된 황조롱이의 비행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 1∼3월 3건, 4월 6건, 5월 20여건, 6월 현재 10여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황조롱이의 비행사고는 애처러운 대(代)잇기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암.수가 짝짓기에 나서는 4월말께부터 시작됐다. 지난 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가 대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살면서 4∼6개의 알을 낳는 산란기에 사고 위험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도 1∼3월 6건, 4월 4건, 5월 25건, 6월 24건 7월 9건의 황조롱이 비행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전망 좋은 고층건물의 지붕과 간판 등 높고 가파른 곳에보금자리를 튼 수컷 황조롱이는 둥지에서 부화에 전념해야 하는 암컷과 곧 태어날새끼의 모이를 구하기 위해 생명을 건 곡예 비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개 길이가 30㎝ 정도인 수컷 황조롱이는 도심과 인근 공원지대를 쉴새없이 비상하며 쥐, 잠자리, 매미, 작은 새 등을 낚아채 30분 간격으로 가족들에게 공급한다. 수컷은 쥐를 쫓아 나무 사이로 비행하다 가지에 스치거나 전깃줄에 걸려 날개를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둥지로 돌아오다 고층건물의 투명유리나 주차된 자동차의 앞 유리 등에 충돌해 끝내 날개짓을 멈추고 만다. 날개에 상처가 나거나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 등 부상을 입은 황조롱이가시민 신고로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6월 들어 어느 정도 자란 새끼 황조롱이가 비행연습에 나서면 새끼들도 수난을겪기는 마찬가지다. 초보 비행으로 둥지에서 곧장 추락하거나 자동차, 건물의 투명유리에 충돌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란을 마친 황조롱이 부부는 새끼가 비행과 사냥에 익숙해지는 7월이 돼야 새끼를 품에서 떠나 보낸다. 이 때문에 7월 이후 황조롱이의 비행사고는 급감, 월 2∼3건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김성만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여의도나 남대문의 고층건물 인근에 사는 황조롱이들이 실려올 때 마음이 아프다"면서 "사고로 발견되는 새끼 황조롱이는 둥지로 돌아가는 게 가장 안전한 만큼 주위의 둥지를 찾아 올려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