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가 `짜깁기'라니요...더 이상 묵과할 수없어 나왔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입구에서는 에로비디오 제작자 한지일(57)씨가 자신이 만든 영화배우 진도희(34)씨 주연의 `젖소부인 바람났네 10편' 비디오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도로변 건물 처마밑에 1천여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쌓아놓은 한씨는 "키워준 은공을 배신으로 갚는 진도희는 반성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심경을 담은 성명서와 테이프를 나눠줬다. 한씨는 "평생 함께 일하겠다던 진씨가 이 비디오에 대한 심의를 마쳤던 지난 4월 중순 이후 갑자기 돌변, 경찰에 진정을 내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포르노사이트', 만든 비디오는 `짜깁기', 전속계약은 `무효'라고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흐느꼈다. 그는 이어 "이 영화는 짜깁기가 아니라 사전 제작된 것인데 진씨의 주장으로 인해 1만8천장이 모두 반품돼 진실을 알리려고 이렇게 나섰다"고 덧붙였다. 지나던 시민들은 이날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색 1인시위를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지켜보다 한씨가 주는 테이프를 줄지어 받아갔다. 테이프를 받아가던 대학생 정병근(23),박효진(23.여)씨는 "이런 1인 시위는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다"면서도 "성인영화이건, 포르노이건 똑같은 것 같은데, 너무 사소한 것 같고 두 사람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는 지난 4월 26일 "나의 미공개 사진과 글이 한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 인터넷 유료 성인사이트에 게재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서울 중랑경찰서에진정서를 제출했으며, 경찰은 이 날 오후 4시 진씨와 한씨에 대한 대질신문을 벌여 한씨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형사입건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