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이던 지난 98년 다니던 유치원 관계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모(11)양의 어머니 박모씨는 요즘 딸 생각만 하면 잠을 제대로이루지 못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나 딸 아이가 이제 겨우 악몽을 잊을 만한 상태에서검찰이 관련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양이 경찰과 검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 진술한 것은 모두 5~6차례로김양은 이후 학교나 집에서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았으며 현재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정신질환으로 치료중이다. 박씨는 치료덕에 증상이 호전되고 성추행 사실을 차차 잊어가고 있는 딸이 다시증인으로 법정에 나가 `악몽'을 되살릴 경우 큰 충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고 이는 곧`아이를 두번 울리는 일'이라며 검찰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아동 성폭력 피해자 조사를 1회로 단축키로 방침을 정하고 경찰도 피해아동의 진술을 녹화, 증거자료로 활용키로 하는 등 성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아동의 부모들이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동성폭행 피해자 부모모임'(대표 송영옥) 소속 10여명의 부모들은 28일 아동성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인 아동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경찰 및 검찰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이 단체는 또 수사 관행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인권위가 정책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해 줄 것도 요청한다. 송영옥 대표는 진정서를 통해 "아동의 기억력은 성인에 비해 미약해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의 선후를 혼동하는 특징이 있고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이에게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 관행은 이같은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반복되는 조사와 대질신문 등을 통해 피해아동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어 "경찰과 검찰에서 하는 5∼6회 이상의 진술 자체가 성폭행을 되새기는 결과가 되며 공소 제기 이후에도 법원에서 몇 번의 증언을 추가로 해야 하는일이 발생한다"며 "이같은 수사 관행은 아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물론 특성에 맞춘 수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성폭행 수사 방법의 개선과 관련, ▲아동성폭행 사실이 신고된 즉시피해아동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신감정 의뢰 제도화 ▲감정에 대한 녹화의무와 증거능력 인정 법제화 ▲피해 아동의 1회 진술에 대한 검사의 의무적인 증거보전 청구제도화 ▲성폭행 사실이 인정된 경우 치료비의 가해자 비용부담제도 도입 등을 인권위가 권고해 주도록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