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경희대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미래' 학술회의에서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대북전쟁 억제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 눈길을 끌었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는 "주한미군 3만7천명은 비록 숫자가 적다해도 강력한 공군력, 전략정보, 증원역량 등을 보유한 주요 대북 억제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군은 전략정보의 100%, 전술정보의 60%를 주한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대북신호정보의 대미 의존율은 90%, 영상정보 의존율은 98%"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첩보위성과 U-2S 정찰기, 통신감청장비 등은 돈으로 따지기 힘들 뿐 아니라 한국군이 대체할 능력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남한은 인구가 북한의 2배, 국내총생산(GDP)이 북한의 25~30배 수준이고 북한의 군사비 지출은 싱가포르의 절반도 안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라는 주장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군 독자의 대북 정보수집력 열세에 대한 지적과 관련, "북한은 독자적인 정보력을 갖추고 있어 외국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주한미군 전력의 경제적 가치가 140억 달러, 전시 증원 부분까지 포함하면 1천억 달러'라는 국방부의 통계도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도 "전쟁이 나면 초기의 피해는 발생하겠지만 우리군은 미군 없이도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다음에 북한에 대해 승리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유사시에 대비한 강력한 대북 전쟁 억제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주선 연구조정실장은 "한국군의 자주국방과 남북한 군사균형이 이뤄진 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 논의되고, 동북아의 안정이 확고해져 미.일.중.러의 군비경쟁 인센티브가 해소될 때 미군 감축.철수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감축.재편 문제가 한미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이후 최초의 본격 공개 토론장인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전문가와 청중 3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속에 철수수용,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둔 유지, 안보 여건을 고려한 중.장기적 감축.재편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스티븐 R.라운즈 주한 미국공보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일반적인 한미 관계와 마찬가지로 군사동맹도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어 미국 정부는 새로운 여건에 맞게 동맹재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본국 정부의 주한미군 재편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전쟁 억제력 개선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미육군 최초로 작전능력 평가중인 루이지애나주 주둔 신속배치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의 소규모 부대를 올 여름 한반도에 파견, 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주한미군 재편 준비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