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요즘 한류(韓流) 열풍이 대단합니다.한국인들이 골프를 치면 캐디들이 '대∼한민국'이라고 응원할 정도지요." 21일부터 3일간 열리는 해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유태현 주베트남 대사(60)는 "베트남 고위공직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한국 드라마에 관한 것"이라며 "한국출신 배우와 가수들이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인지도를 한껏 높여놓은 걸 보면서 문화수출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부임한지 석달째라는 유 대사는 "30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성장하고 또 한국에 대해 이처럼 관심이 많은 나라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베트남에 대한 첫 인상을 '역동성'이라는 단어로 풀어냈다. "세계 경제가 크게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올 1·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15%나 증가했습니다.수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43%나 늘어났고요." 유 대사는 투자대상국으로서 베트남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대우자동차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월급이 3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임금이 싸다는 것과 사회주의 전통으로 인해 사회·정치적으로 상당히 안정돼 있다는 점 역시 베트남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교역대상국이라는 측면에서도 베트남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이 베트남에 수출한 물량은 총 22억4천만달러. 반면 수입액은 4억7천만달러에 불과해 한햇동안 베트남으로부터 17억7천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으로부터 한국이 지난해 거둬들인 무역흑자 규모는 총 16억달러에 불과합니다.베트남 한 곳에서 발생한 무역흑자보다 적은 셈이죠.베트남 경제가 성장할수록 흑자규모는 더 늘어날 겁니다." 유 대사는 약속된 취재시간이 끝나갈 무렵 가방에서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진출하기 유망한 사업들을 하나 하나 적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은 오는 2010년까지 자국내 사회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이 중에는 도로 전화 철도 항만 원자력발전 사업 등 한국기업이 참여할 만한 분야가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