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까지만 해도 회사원 L양(25)은 아침에 지하철을 타기가 싫었다. 출근시각에 쫓겨 계단을 뛰다시피 오르내릴 때마다 마렵지도 않은 소변이 나와 속옷을 적셨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마다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해지기 일쑤였다. 불안감과 수치심, 의욕 저하로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주위의 권고를 받고 뒤늦게나마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은 뒤 그녀는 '새삶'을 즐기고 있다. 요실금이란 배뇨 이상으로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위생상 문제를 일으킨다. 대개 중년 이상이나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병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젊은 여성들 가운데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요실금 대처법을 알아본다. [ 도움말 = 김성미 산부인과 원장, 이유식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 ] ----------------------------------------------------------------- ◆ 요실금, 숨겨선 안된다 =요실금은 종양처럼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깨트린다. 선진국에선 여성의 32% 가량이 요실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요실금으로 자각하지 못하거나 진찰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요실금을 '사회적 암'으로 규정한 뒤 퇴치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02년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영호.안현철 교수팀이 20∼40대 여성 3천3백72명을 대상으로 '과민성 방광증후군과 요실금이 일상생활 및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인 7백8명이 요실금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변으로 옷을 적신 적이 1주일에 한번 이상이 되거나 새는 소변의 양이 속옷을 적실 정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랫배에 통증이 있거나 오줌을 싼 뒤에도 시원하지 않는 경우가 1주일씩 지속돼도 병원을 찾는게 좋다. ◆ 원인과 종류 =요실금에 걸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분만이다. 골반근육을 약화시키고 골반을 이완시켜 방광과 요도를 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를 하거나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나오는 증상이 이같은 이유에 의한 '복압성요실금'이다. 전체 요실금의 70∼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30%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면서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소변이 나오는 '절박성요실금'이다. 성관계로 인한 요로 감염이나 방광염, 방광내 결석, 당뇨병 등이 주원인이다. 요즘 들어 20대 여성 중에서 요실금 환자가 많아진 것은 무절제한 성관계와 관련이 있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거나 비만인 경우도 요실금에 걸리기 쉽다. ◆ 치료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비교적 젊은 여성이라면 골반근육운동이나 바이오피드백 치료, 약물치료, 자기장 치료를 받는게 바람직하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약물로 치료한다. 복압성 요실금 치료에는 요도괄약근을 조여주는 약물이 이용된다. 골반근육운동은 아침 저녁으로 30분씩 적어도 3개월간 꾸준하게 해야 한다. 환자의 30∼70%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전기자극 치료는 전기자극기를 질 내에 삽입한 뒤 전기 자극으로 골반 근육의 수축과 방광 활동의 이완 또는 억제를 유도한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가 모니터를 보고 골반근육운동을 스스로 점검하는 방법이다. 수술은 복압성요실금 치료에 효과적이다. 주로 정상보다 아래로 처진 방광과 요도를 제자리로 갖다 놓는 것이다. 요도의 괄약근 기능이 약하다면 슬링수술이나 요도 주위에 물질을 주입하는 수술이 시행된다. 최근엔 통증이 적은 변형슬링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