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와 북한 지역에 집중된 옛 고구려 성곽에서흔히 보이는 '기둥 구멍'이 고구려가 한때 장악했음이 확실시되는 경기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소재 당포성(堂浦城)이라는 고대 성곽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학계에서는 성벽 상단부에 일정 간격으로 나 있는 이같은 구멍 흔적을 '석통'(石洞) 혹은 '주통'(柱洞)이라 부르고 있다. 기능이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이런 기둥 구멍이 남한에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차용걸 충북대 교수가 12일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국방유적연구실이 연천군의 의뢰로 최근 당포성(전체 둘레 450m)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현재도 비교적 성벽 흔적이 완연한 동쪽성벽(전체 길이 50m)을 절개해본 결과 이같은 구멍 흔적을 확인했다. 발굴단에 따르면 구멍 흔적은 돌을 쌓은 성벽 상단부에서 깊이 약 1.5m 이상 수직으로 성벽 아래쪽으로 향한 채 성벽과 나란한 방향으로 두 군데에서 확인됐다. 구 멍 지름은 20㎝ 안팎이나, 이렇다할 유물은 없었다. 차용걸 교수는 "성벽 상단부에 건물을 세운 기둥 구멍 흔적일 가능성이 있으나아직까지 그 정확한 기능에 대해서는 뚜렷한 연구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은대리토성이나 호로고루성처럼 당포성은 샛강이 임진강 본류로 합쳐지면서 형성된 삼각형 단애(端崖. 높이 약 13m) 중 내륙과 통하는 동쪽 부분에 집중적으로 성벽을 만든 성곽으로 이에 대한 본격 조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됐다. 이번 조사에서 동쪽 성벽 조사에 집중한 결과 이 성벽은 현존 높이 약 6m, 맨아래쪽 너비 39m에 달하며, 성벽 중심부를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약 3분의 2 가량은돌을 쌓아올린 반면, 나머지 안쪽 성벽은 흙으로 다져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적의 침입이 집중됐을 성벽 바깥쪽으로는 무려 3차례에 걸쳐 담장 같은 돌벽을 쌓았으며, 다시 그 위로는 경사지게 진흙을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3개의 보축(保築)성벽이 성곽을 처음으로 축조할 당시에 조성된 것인지, 후대에 보수된 흔적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이재(육사 교수) 발굴단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성 바깥쪽을 바라보는 성벽 중심부 제1차 석축에서는 그 상단부에서확인된 기둥 구멍과는 별도의 수직홈이 같은 간격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수직홈은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2개씩 한 조를 이루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들 수직홈 제일 밑바닥에서는 돌절구처럼 홈을 판, '확(確)'이라고 불리는 돌이 확인됨으로써, 나무 기둥을 박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굴단은 말했다. 한편 성곽 바깥쪽에서는 도랑 겸 연못 시설인 해자도 확인됐다. (연천=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