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품을 떠나 제 발로 살아갈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축복의 선물이 되겠지요" 초로의 60대 어머니들이 자녀들의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 눈길을 끌고 있다. 같은 대학(경희대 음대) 60학번 동창생인 황미순, 권기덕, 김희수, 김경자, 이기종, 홍문자 씨 등 6명으로 구성된 `그레이 합창단'. 올해 61세의 이들은 지난해 5월 소리를 사랑하는 봉사모임 `소랑'을 결성했다. 교직 생활, 음악활동을 하다 은퇴, 자주 의기투합하던 이들은 작곡, 피아노, 성악 등 다양한 전공을 가졌지만 한결같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녀들의 앞길을 축복하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 2월 황미순씨의 아들 박찬성(33)씨의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선 이들은 사랑 안에서 행복하라는 내용의 축가 `사랑의 종소리'로 화음을 맞췄고, 하객들은 어머니들이 직접 축복의 노래를 불러주는 이색적인 풍경에 감동의 찬사를 보냈다. 이후 `어머니뻘 되는 초로의 나이에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까지 주변의 요청으로 3차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 모임을 주도한 황미순씨는 "어머니보다 자녀의 결혼을 축복하고, 잘 살아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이는 없을 것"이라며 "부족하지만, 진정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결혼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앞길을 축복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반포의 한 교회에서 노래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이후 결혼식 뿐 아니라 병원의 환자, 요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 교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계속할 작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