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당한 네살짜리 여아가 어머니와 함께만 35시간동안 병원, 경찰서 등을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만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일 오전 A(여.32.경기도 일산)씨는 네살난 딸을 목욕시키다가 딸의 성기가 벌겋게 부어있고 아이가 `너무 아파. 아저씨가 만졌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A씨는 그러나 이튿날밤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고 불이 꺼져있는 방을 보며 `껌껌한 데서 만졌어'라고 말해 그제야 `무슨 일'이 있음을 알았다. 3일 오전 9시30분께 A씨는 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의사는 "빨리 경찰병원으로 가라. 이런 건은 거기서 하는게 빠르다"라고 말하며 진료를 거부했다. A씨는 할수 없이 성폭력상담소의 소개로 알게된 서울의 C정신소아과에 갔으나의사에게 `법정대응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가 `애가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는데 무슨 근거로 고소할 거냐'며 되레 호통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같은 날 오후 늦게서야 경찰병원을 찾은 A씨는 이번에는 `경찰을 대동하지 않아진료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튿날 4일 인근 경찰서에 갔다. 그러나 당시 근무중이던 직원에게서 `일단 D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보라'는말을 들어야 했고 또다시 D병원으로 달려간 A씨에게 D병원 의사들은 `성추행이 확실하니까 경찰병원으로 빨리 가라. 우리는 진단서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경찰과 함께 경찰병원에 가기 위해 E파출소로 갔으나, 자초지종을다 들은 경찰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A씨를 F파출소로 떠넘겼다. F파출소에 간 끝에 드디어 A씨는 경찰을 대동하고 경찰병원에서 딸 아이의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간 시간을 오후 11시가 다 돼서였다.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일을 겪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어떻게 애가 그런 험한 일을 당했는데 의사와 경찰이 그럴수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