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 서울 녹번동 국립보건원 회의실. 요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브리핑이 열리는 모습은 거의 '시장통'이다. 인근 방역과의 풍경도 비슷하다. 공항과 항만의 방역상황을 점검하랴,사스 의심 환자를 관리하랴, 직원들은 하루 종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이날 처럼 사스 의심 환자가 추가로 보고된 날이면 폭주하는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지난 3월16일부터 발동된 '사스 경계령'으로 한달 이상 야근을 밥먹 듯이 하다보니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과연 사스방역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전문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원 전체 인원 1백75명중 사스 주무부서인 방역과의 직원은 모두 19명. 하지만 정식직원은 14명, 5명은 임시연구직이다. 그나마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은 2명밖에 안된다. 전염병 관련 예산은 3백10억원.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사스 등 신종 전염병 이외에 에이즈, 이질, 전국민 예방접종 등 수십가지에 달한다. 이런 사정을 아는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국립보건원에 '사스방역'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꼬집는다.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연구를 맡는 국립보건원(NIH)과 관리를 담당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체제로 나눠 온갖 질병에 대처하고 있다. NIH에 근무하는 인원만 1만8천명, 연간 예산은 17조원에 이른다. 또 사스에만 우리나라 국립보건원 전체 인력(1백75명)보다 많은 3백여명을 배치, 긴급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대 중반 O-157 집단감염 사건을 계기로 전염병 전담부서를 국립전염병 연구소로 격상시켰다. 전문가들은 사스 발생국인 홍콩 중국과 인접국인 한국의 방역체제가 너무 태평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기회에 보건원을 확대 개편하는 등 정부 방역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스도 사스이지만 이보다 더 치명적인 슈퍼독감, 생물테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 사스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가한' 방역체계를 이대로 유지하다간 홍콩이나 중국과 같은 큰 낭패를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은 '국내에선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