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상선 대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대북송금'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엄씨는 2000년 6월 현대상선 대출 당시 산은 부총재로 재직했으며, 작년 9월25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산은에 대한 대출외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엄씨를 상대로 엄씨가 현대상선 대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섰던 전후 사정을 집중 조사했다. 엄씨는 당시 국감에서 "2000년 8월 산은총재 취임 직후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이 이상하다고 생각돼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찾아갔더니 `나도 어쩔수 없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한 전 실장은 당시 "이 전 금감위원장과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었다. 엄씨는 당시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으로부터 `현대상선 대출금은 내가 만져보지도 못했고 정부가 갚을 돈'이란 말을 들었다고 증언해 파장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엄씨는 또 당시 현대상선 대출 문제와 관련, 임동원 국정원장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뒤 김보현 국정원 3차장과 만나 대출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체류중인 김 전 사장은 작년 11월 일부 언론을 통해 "2000년 당시 산업은행에서 4천억원을 이유없이 대출받으려는 것을 대표이사로서 완강히 거부했다"고 밝혔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산은에 제출한 대출 신청서에 서명하거나 도장도 찍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또 "2000년 8월말 청와대 경제장관회의 직후 이기호 당시 경제수석에게 현대상선 대출문제를 언급했더니 `알았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엄씨의 증언 내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측은 "립서비스 수준의 얘기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시 회의에서 현대상선 대출금 상환문제가 논의됐는지, 대출금 상환연기를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엄씨의 입을 통해 특검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