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맛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직원과 직원 가족 3백50여명과 함께 '국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광훈 롯데삼강 대표이사는 달리기를 끝낸 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천막에서 삼합(삭힌 홍어+삶은 돼지고기+묵은 김치)을 안주로 직원들과 막걸리를 들이켜며 사뭇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을 보면서 대표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목표를 향하여 함께 뛴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기업경영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이번 행사로 가족같은 끈끈함이 더해질 겁니다." 이 대표는 롯데삼강이 대표적인 '무분규 사업장'으로 꼽힐 수 있었던 데는 노사간의 깊은 신뢰가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수시로 만나 속마음을 나누기 때문에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해소돼 버린다는 것. 이 대표는 "대화도 좋지만 등산을 함께하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등 고락을 같이하는 체험을 통해 유대감을 다지는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안수곤 노조위원장도 동의한다. "우리 회사는 노조위원장도 임원회의에 참석해 회사의 앞날을 함께 고민합니다." 롯데삼강은 지난해 매출 2천7백80억원에 2백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우량 식품업체. '상생의 노사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를 냈다. 롯데삼강의 발전적인 노사관계가 빛을 발한 것은 지난 97년말 불어닥친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조합원들은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93억원'이라는 수치에 상여금 2백%를 자진반납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임금협상도 포기하고 임금인상률을 전적으로 회사측에 맡겼다. 노조의 양보로 회사는 빠르게 정상화돼 이듬해 1백33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흑자폭은 매년 늘어났다. 회사는 반납한 상여금에 이자를 더해 되돌려줌으로써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매년 10% 안팎씩 임금을 올려주고 있어 6년째 임금인상폭을 회사측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