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서 강자가 되려면 물 흐르듯 순리를 따라가는 '시장'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17일 선임된 배순훈 위원장(60)은 "먼저 이웃 국가들이 우리를 경제 중심국가로 인정해 줄 때 진정한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며 인위적이 아닌 시장원리에 따른 발전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지난 97년 경제위기때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감행했던 '빅딜'의 부작용을 예로 들면서"인위적인 시장개편이 빠른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 같지만 시장흐름을 타는 것만한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시장경제 원칙론자임을 분명히 한 배 위원장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가 소신과 배치되지 않느냐"고 묻자 "대통령도 이미 내 성향을 인정하고 뽑았을 것"이라며 "지난 16일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위원회 활동에 큰 기대를 하고 있어 많은 부담이 느껴진다"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7일 구성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안한 조직으로 국무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국가의 장기비전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조직이라고 정의를 내린 배 위원장은 "그동안 잘 되는 조직에 몸담고 안주하기 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을 살려내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도전정신이 꽤 생겼다"며 "일각에서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는 동북아경제중심 업무를 받아들인 것은 어렵다는 걸 이뤄보고 싶어서 였다"고 밝혔다. 미국 MIT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배 위원장은 1976년 대우와 인연을 맺어 대우전자 사장 재직 당시 '탱크주의'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우중 회장과는 경기고 5년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였으나 대우전자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새로운 일을 꿈꿔 왔다고 회상했다. 이후 공직을 맡으면서부터 김 전 회장과는 연락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1998년 정보통신부 장관에서 물러난 배 위원장은 1999년부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과 '위기관리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재무학이 전공은 아니지만 돈이 경제 구석구석에서 물같이 흐른다는 점에서 공학도들이 많은 흥미를 느낄수 있는 학문"이라며 "가르키는 일이 신난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호텔에서 인터뷰도중 마주친 지인이 "요즘 얼굴보기가 힘들다"고 하자 "이제 높은 사람 됐으니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얼굴에 생기가 도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요즘 골프에 빠져 있다"고 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