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8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신영통지구. 수원시 망포4거리와 화성 병점으로 빠지는 4차선 도로에는 서울 방향으로 출근하려는 차량들이 1㎞나 줄을 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뒤엉켜 있다. 최근 2년 사이 1만여가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난개발의 대명사격인 '용인' 재판이 돼가고 있다. 현지 한 건축사무소의 안모 사장(37.화성시 태안읍)은 "용인 난개발로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화성은 용인보다 더하다"면서 "도시정책은 실종됐고 오로지 주택 공급정책만 있기 때문에 이런 난장판이 벌어진다"고 정책당국을 비판했다. 분당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김기정씨(41.회사원.화성시 태안읍)는 "화성을 힘겹게 빠져나가면 (난개발의 대명사격인 지역으로 교통정체 악명이 높은) 용인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빨리 분당으로 전세라도 가야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3㎞ 정도 떨어진 병점역. 대규모 택지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35만평의 태안 지구 택지개발을 추진중인 곳. 산과 들이 파헤쳐친 광활한 지역에 경쟁하듯 우후죽순으로 아파트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가 들어선 후 교통사정에 대해 물었더니 공사 관계자는 "수원으로 통하는 국도 1호선이 유일한 간선도로"라며 "솔직히 도로가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화성에서 택지개발 등으로 개발되고 있는 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5백7만여평에 이르고 주택도 9만가구나 들어설 예정이다. 분당 등 신도시들은 국가차원에서 계획개발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서 광역교통대책을 세웠고 서울과의 연계도로를 택지개발에 맞춰 비교적 충실하게 건설했지만 화성을 비롯한 경기 남부지역은 아파트만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을 규제하고 싶었지만 건교부 준농림 정책 등 중앙정부의 상위제도가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정부가 '난개발'을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건교부는 최근 들어 준농림지 등에 대한 계획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사후약방문'꼴이 됐다. 화성 신영통지구의 경우 기반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고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택지개발방식이 아니라 땅을 확보한 건설업체들의 개별 개발이 이뤄지면서 도로와 학교 병원 공원 녹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게 없는 기형 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이곳에선 건설업체들이 1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은데 이어 지금도 4천여 가구의 건축이 추진중이어서 아파트는 포화상태인데 도시인프라는 한심한 수준이다. 태안지구도 준농림지에 7천여가구의 민간 아파트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아파트 단지규모는 웬만한 택지개발지구를 방불케 하지만 도시지원시설은 턱없이 모자란다. 태안읍의 경우 지난 96년 2만6천여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아파트 급증으로 올초 7만여명으로 3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방면으로 통하는 좌석버스는 예전 그대로 1개 노선에 불과하다보니 출퇴근시간은 승용차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아수라장을 이룬다. 화성시 관계자는 "토개공 주공 같은 택지개발 기관들이나 준농림개발정책을 추진한 건교부는 '대규모 난개발은 난개발이 아니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택만 공급하면 각종 도시관리 등 뒤치다꺼리와 민원은 지자체 몫"이라면서 중앙정부를 비난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