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이면 여의도 면적의 78배(2만3천794ha)나 되는 산림을 숯덩이로 만든 동해안 산불이 난 지 3년이 되지만 동해안 산림은 아직도 상처 투성이다. 화마 이후 힘겹게 희망의 싹을 틔웠던 산불 현장은 작년 태풍 `루사'로 사상 최대의 물난리까지 겪으면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로 곳곳이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2000년 4월7일 고성과 강릉에서 동시에 발생한 산불은 9일간 순간최대풍속 27㎧의 강풍을 타고 동해와 삼척을 거쳐 경북 울진까지 확산돼 2만3천794ha의 동해안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산불 이후 대대적인 식목이 이뤄져 점차 뿌리를 내리던 현장의 나무들은 그러나지난해 또다시 태풍 `루사'가 몰고 온 산사태를 맞으면서 상당 부분이 떠내려가거나뿌리를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다. 태풍 피해를 입은 사방 임도 446곳도 대부분 3년전 화마가 닥쳤던 곳이다. 이 때문에 요즘 강릉-양양을 연결하는 동해고속도로나 7번 국도를 타고 강릉-주문진을 오가는 운전자들은 아직도 당시의 산불 위력을 실감하며 그 황량함에 놀라고있다. 거대한 화마에 수마까지 할퀴고 간 이곳은 껍질이 벗겨진 나목들이 힘없이 서있고 포탄을 맞은 듯 군데군데 난 산사태 흔적에 아직 봄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다. 바위가 터질 정도의 불기둥이 지나간 곳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지만 화사한 봄꽃으로 단장하고 한창 물오른 나무가 자태를 뽐내는 여느 산과는 달리 산사태에 따른황톳빛 속살만 드러내 황량하기 그지없다. 벌채가 이뤄진 곳은 삭막하다 못해 흉칙스럽고 마지막 영양분마저 사라진 회갈색 지표면은 아직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자락이 흙먼지와 함께 힘없이 무너져내린다. 자연 복원을 위해 나무를 벌채하지 않은 강릉시 사천면 강릉아산병원 건너편 숲은 그을음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하고 숯덩이가 돼 버린 소나무는 3년의 풍상이 힘겨운 듯 대부분 부러져 있다. 그러나 사상 최대로 기록된 산불과 사상 최대의 피해를 동반한 태풍 `루사'가가져온 수마를 겪은 피해지역이지만 봄을 맞으면서 희망도 함께 싹트고 있다.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에는 복자기, 이팝나무 등 1∼2년전에 심은 나무가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고 송이를 생산하기 위해 심은 `아기' 소나무들도 거센 바람에 맞서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까맣게 탄 채 빽빽이 서 있는 소나무숲에서는 화상입은 상처에서 새살이 돋듯푸른 싹이 다시 나고 있고 숯덩이로 변한 소나무 옆에서는 붉게 핀 진달래가, 계곡쪽에는 버들강아지가 활짝 모습을 드러내 자연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동해안 산불피해지 가운데 1천642ha에 모두 585만9천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비롯, 오는 2005년까지 5년차 사업으로 8천845ha에 조림을 실시할 계획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작년 엄청난 수해로 산불피해지역에 심었던 많은 묘목이 떠내려 가고 산사태가 났지만 오는 2005년까지는 조림사업을 모두 끝내 푸른 산림을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