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OJ 심슨 사건'에 비유됐던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과 관련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외과의사 이도행씨에게 무죄가 최종 선고됐다. 이로써 이씨는 7년여 만에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됐으며, 이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성 대법관)는 26일 살인 및 현주건조물 방화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접 증거가 없고 가장 중요한 간접 증거인 피해자 사망시각에 관한 증거의 증명력이 환송 뒤 원심에서 새로 조사된 스위스 법의학자의 증언이나 화재 재현실험 결과 등에 의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팔에 남아 있던 손톱자국이나 피고인과 아내의 갈등관계 등 나머지 간접 증거를 모두 종합해도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95년 6월 서울 은평구 불광1동 자신의 M아파트 거실에서 치과의사인 아내 최모씨와 심하게 다툰 후 최씨와 한살배기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뒤 범행 은폐를 위해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경찰이 아무 증거도 없이 여러 정황을 꿰맞추고 있다"며 항변했으나 1심에서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검찰이 컴퓨터 화재시뮬레이션 프로그램까지 동원했음에도 직접적 물증을 찾지 못하자 서울고법은 지난 96년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한국판 OJ 심슨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어 대법원은 98년 상고심에서 "좀 더 충분한 심리를 요한다"며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으나 서울고법은 2001년 2월 파기 환송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또다시 무죄를 선고, 검찰이 재상고했다. 이씨 변호인 김형태 변호사는 선고 직후 "이번 사건은 무리한 수사가 무고한 사람을 8년 가량 살인범으로 희생시킨 사례"라며 "당시 수사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