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부터 쌓여온 한글에 대한 갈증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한얼광장에서 열리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조규향.曺圭香)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자부문 평생학습상을 받는 민종식(78.국문학과) 할머니. 1936년 소학교에 입학한 민씨는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기는 커녕 우리말을 쓰는 것조차 금지됐던 시절 탓에 학창시절 내내 `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갈증을 풀지 못하고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읽고 쓰는 법만 겨우 익혀 소학교를 졸업한 민씨는 이듬해 시집을 가게 됐고 농사일과 집안살림을 하며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국어를 배워보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국어교과서만은 차곡차곡 모아왔다. 조씨는 결국 지난 90년 학교에 들어간 손자들의 어깨너머로 국어책을 보다 용기를 내 65세의 나이에 중학교 과정에 입학, 실업고교과정을 거쳐 이 날 국문학사학위를 받게됐다. 민씨는 "일본말을 국어라고 강요당하며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배울 수 없어 간직해 왔던 설움과 갈증이 이제야 모두 풀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