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한 칸에서 발생한 불길이 다른 전동차는 물론 심지어 반대편 레일에 서 있던 전동차까지 모두 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전동차 내부는 크게 벽과 천장을 둘러싸고 있는 내장판(FRP)과 보온재(차체와 내장판 사이의 흡음.단열재), 의자, 바닥재, 다이어후렘(전동차와 전동차를 연결해 주는 부분) 등 5개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자재는 모두 '난연성(難煙性)'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에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구 참사처럼 전동차 안에 휘발성 물질이 뿌려진 상태에서 불꽃이 닿으면 순간적인 고온으로 이들 자재도 1∼2분 안에 녹아내리면서 유독가스를 내뿜게 된다. 전동차 내부 곳곳에 붙어 있는 광고판은 종이나 플라스틱 소재여서 내장판보다 더 불이 잘 붙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동차 연결통로는 불길이 번지는 통로 구실을 한다. 전동차의 실내온도가 섭씨 수백도 이상 치솟으면 금속재질의 전동차 차체도 벌겋게 달아올라 녹아내린다. 서울지하철공사 송종복 차량담당과장은 "이 때 발생하는 고온의 복사열로 인해 반대편 레일에 정차해 있는 전동차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하철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최고온도가 섭씨 1천도를 넘는게 보통이다. 이는 구리(섭씨 1천83도)와 은(섭씨 9백60도)이 녹는 온도와 맞먹는다. 전동차 내부에 유독가스가 차오르면 이 압력으로 유리창이 깨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지하철 선로와 승강장,역사에도 연기가 가득차게 되는데 환기시설은 미흡한 형편이다. 윤명오 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은 "지하 공간의 유독가스를 순식간에 지상으로 빼낸다는 생각은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기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