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까지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자신의 건강도 챙기지 못한 채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아야 합니까" 한총련 수배자들이 장기간 수배 생활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불규칙하게 생활하다 보니 위궤양과 척추 뒤틀림, 비염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지만 `수배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병원에 가볼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5년째 수배 생활 중인 박제민(25.경기대 경영학과 4년)씨는 최근 실명 위기에 처했다. 악성 근시로 시력이 점차 감퇴되어 가고 있지만 아예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한쪽 다리마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교내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지만 물리치료를 받지 못해 목발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수배 3년째인 주진완(26.200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주씨는 "양쪽 귀에서 소리가 울리는 이명증을 앓고 있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3년째 수배생활 중인 김정숙(25.2001년 연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씨는 허리통증과 싸우고 있다. 날마다 좁은 소파 위에서 자다 보니까 아침에는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심한 아픔을 겪고 있지만 `장기진료를 요한다'는 의사의 말에 치료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김씨는 "수배 학생 상당수가 척추가 뒤틀리거나 위궤양 등의 신체적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편집증적인 태도, 대인기피증, 무기력증등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총련은 19일 연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시민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도움 아래 앞으로 수배 학생들이 공개 건강검진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50여명의 신청자가 접수된 상태며, 오는 25일 전남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단국대, 덕성여대, 경희대 등에서 이들에 대한 건강 검진이 실시될 예정이다. 최장기 한총련 수배자인 유영업(29ㆍ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씨는 "건강 악화의 근본적인 요인은 정치수배에 있다"면서"하루 빨리 비정상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새 정부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