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은 신병을비관한 방화 용의자가 즉흥적으로 저지른 범행에 지하철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대형 참사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19일 수사브리핑을 통해 "평소 신병을 비관해 오던 이 사건 용의자 김모(56)씨가 자살을 감행하려다 '혼자 보다는 여럿이 같이죽는게 좋다'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께 집을 나와 집 주변 주유소에서 7천원을 주고 휘발유를 구입한 뒤 안심행 지하철을 타고 오다 중앙로역에 도착하면서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독가스 등에 중독된 김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즉시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와 범행동기.방법 등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최초 화재가 발생한 뒤 지하철 대구역을 출발한 1080호(대곡방향)열차 기관사 최모(39)씨가 '전도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운전하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별다른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해 당시 지령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경찰에서 지령실의 '주의운전' 통보를 받은 뒤 반자동운전(평상시 자동운전)으로 전환해 중앙로역을 향하다 연기로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중앙로역에도착해 문을 열었다 연기와 유독가스가 객차로 몰려들어 다시 문을 닫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씨는 승객들이 문을 다시 열어줄 것을 요구하자 문을 다시 열고 기관실뒤쪽 객차의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뒤 승객들과 함께 대피한 후 대구역 등지를 배회하다 18일 오후 늦게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특히 최씨와 지하철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 및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면서도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을 시도, 피해가 커졌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 세밀한 수사를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1080호 전동차에 닫힌 문이 많은 것에 대해 최씨가 "사고발생 등 우발상황시 문이 자동으로 닫힐 수도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전문가를 동원해 기술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지하철본부 지령실 등에 남아있는 기록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