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발표 ] - 정이환 < 서울산업대 교수 > 국내 노동시장은 부분적으로 경직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불안이 문제가 될 정도로 유연하다. 특히 비정규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보다는 안정화가 주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정책적 과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균등대우와 비정규직 근로의 남용에 대한 규제다. 균등대우는 비정규 근로자를 과다 활용할 유인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남용 여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체적 규모뿐 아니라 그 내용 및 성격에 의해서도 판단돼야 한다.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는 파트타이머는 매우 적고 주로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들로 구성돼 있다. 균등대우를 제도화하려면 '고용형태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 5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의 사회적 신분 뒤에 '고용형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 조항도 보다 명시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현재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라는 조항을 '임금, 복지 및 기타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로 구체화해야 한다. 대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문항을 명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 제도화와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및 차별방지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절실하다. 법률적 규정만으로는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보호실효성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차별 관련 민원처리, 기준정리, 사례조사, 시정권고 또는 시정요구를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게 필요하다. 기간제 근로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정 근로기간을 넘을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파견근로의 경우에는 논란이 있지만 하나의 고용형태로 인정하되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파견법의 정신이 현실적으로 구현되지 않은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 파견노동이 건전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파견대상을 26개 업무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파견노동의 급격한 증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모집인(생활설계사)과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은 현재 대부분 법원에 의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갖는 중간적 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보호는 사회보험과 자주적 단결권 보장이라고 생각된다. 입법적 조치 외에 근로감독의 강화만으로도 상당한 비정규직 보호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감독관 증원이 필요하겠지만 명예 근로감독관 제도를 활용해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