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김인성 사장(46)은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매주 3∼4차례 서울로 출장가는 직원들의 비행기 삯이 만만치 않은 터여서 고속철이 뚫리면 출장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에서 사무실이 가까워 출장시간도 오히려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속철로 대구까지 1시간30분 밖에 안걸리고 요금도 항공료의 70%선에서 결정된다는 데 굳이 값이 비싼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개통을 1년여 앞두고 국내항공사들이 대구 부산 등지에 대한 국내선 항공 수요가 격감할 것으로 보고 운항횟수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가격경쟁력도 고속철에 뒤지고 시간경쟁에서도 별로 차별화되지 않아 승객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항공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가 국민편의를 내세워 '현행 유지'를 고집하는 바람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구 항공노선 존폐위기=고속철로 인해 서울∼대구,서울∼부산 노선은 현재보다 각각 65%,25%씩 승객이 감소할 것으로 항공사들은 전망한다. 이에 따라 대구노선은 80%,부산은 50%씩 운항횟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서강윤 부장은 "지금도 국내선은 대부분 적자인데 고속철이 개통되면 국내선 경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특히 서울∼대구 노선은 절반 정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임재철 차장도 "내부 검토 결과 고속철 개통 직후부터 대구,부산 승객이 반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며 "해당노선 항공편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단거리 국제선에서 돌파구 찾는 항공사들=항공사들은 국내선 운항 횟수를 감축하는 대신 중국 동남아 등에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매년 평균 적게는 5백억원(아시아나),많게는 1천억원(대한항공)씩 적자가 나는 국내선에 발목을 잡히느니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화권에 집중하겠다는 것. 대한항공 이종욱 차장은 "서울∼베이징 구간은 비행시간에선 서울∼대구와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운임은 50만원(왕복기준) 정도로 5배가량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 '항공사들 엄살이다'=건교부는 국내항공사별 전체 매출에서 국내선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남짓이기 때문에 고속철이 다닌다고 해서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건교부 강영일 항공정책 심의관은 "항공의 공익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운항 횟수를 줄이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