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노동계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 사건은 강성 노동계를 자극해 민주노총이 이번주부터 투쟁 강도를 높일 태세다. 노동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보고에서 차기 정부의 친노동계 정책 시각이 드러났고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은 물론 노동부도 '올해 노동계가 강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동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정책 방향과 관련, "개혁성향이 부족하다"고 질타하는 등 노동정책의 일대 수정을 예고했다. 인수위는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특수고용직의 노조 허용 등 현행법 체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들을 정책에 반영할 것을 노동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등은 차기 정권의 친노동계 분위기에 고무된 노동계가 강경노선을 펼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주5일 근무제 입법화, 공무원노조 설립, 산별교섭 확대, 공기업 민영화 등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개혁노동정책까지 가세할 경우 산업 현장은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다. ◆ 개혁정책이 변수 =인수위가 노동부 업무부고에 대해 시비를 걸고 나온 것은 앞으로 개혁노동정책을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인수위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했던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 허용, 공무원노조 설립 허용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 노동부 업무보고 때 인수위의 전문위원이 "노 당선자의 철학과 개혁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보고장을 뛰쳐나온 것은 앞으로의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업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재계의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이인제 장관 시절 개혁노동정책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노동부는 지금도 개혁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의 관행과 질서를 완전히 뒤엎는 무모한 정책으로 노사 갈등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노동부 내에서는 '개혁'을 '혼란'으로 인식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혁정책이란 말 그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적인 정책"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현실을 무시한 채 인기 영합주의나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왔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도 "기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판에 법체계에도 안맞는 정책으로 경영을 어렵게 한다면 고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사 불안요인 산적 =올해는 노사불안 요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주5일 근무제 입법화, 산별교섭 확대,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노조 설립 등. 이들 쟁점은 노동계 재계 정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사안들이다. 여기에다 최근 터진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 사건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화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의 경남권 노동자들은 규탄집회와 농성을 하며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주5일제 문제는 상반기 노사관계 안정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주5일 근무제 법안은 올 2월 안에 임시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와 노동계 모두 정부 입법안이 자기 쪽에 불리하게 만들어졌다며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하나 재계가 불안해 하는 것은 산별교섭의 확대. 지난해 금속노조, 택시노조, 병원노조에서 실시돼 노사분규의 핵심으로 등장했던 산별교섭이 다른 노조로 확산될 경우 산업 현장은 큰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