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공원에서 매주 금요일 무료로 풀빵을 구워 갈데없는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무명의 영화배우가 있다. 80년대 인기 어린이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으로 연기생활을 시작, 연기 생활 10년차에 접어든 '중견의 무명' 성인성씨(31)가 주인공. 성씨가 처음 '사랑의 풀빵' 굽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겨울. 성씨는 "누구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을 풀빵을 구워 나눠 드리면 부담없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풀빵 굽기를 결심했다. 성씨는 오전 7시 집을 나서 11시부터 풀빵을 굽기 시작한다. 매주 한번 풀빵을 받으러 평균 3∼4시간 동안 줄을 서는 2백여명의 외로운 노인들은 풀빵은 물론 풀빵을 굽는 동안 성씨와 나누는 이야기 시간이 좋아 긴 줄에 다시 서곤 한다. 성씨는 "대학교수를 아들로 둔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먹지도 않는 손자를 위해 여러번 줄을 서 풀빵을 받아가며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시던 그 분을 올 겨울에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 추운 날씨에 손이 거칠어지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지만 자신을 만나러 오는 노인들을 외면할 수 없다. 당초 인생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거리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어느새 겨울 풀빵 굽기가 세해째로 접어들면서 자신을 고마워하는 외로운 노인들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