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도 정력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노인들은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자신의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가방 수출업체 건우양행 최용일 전무(60)의 말이다.


이 회사에선 매일 아침 출근하는 젊은 직원들 가운데 머리가 희끗한 최 전무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도곡동에서 아침 8시에 회사로 출근, 저녁 8시반까지 중국 수출관리 업무 등을 꼬박 챙기고 있다.



최 전무는 지난 70년부터 30년 가까이 '은행인'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지난 98년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중국 상하이 지점장을 끝으로 퇴직한 그는 신화건설 감사를 거쳐 올 2월 건우양행에 입사했다.


퇴직한 은행동료들 가운데 최 전무처럼 직장을 다시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 전무는 일을 하는 것만이 자신의 인생과 건강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다.


결국 중국 근무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인력센터의 도움을 받아 새 직장을 얻는데 성공했다.


"일을 하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일을 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전에 골프를 즐겨쳤던 최 전무가 업무량이 많은 중소기업에 온 뒤에는 걷기 등 가벼운 운동만을 하고 있는 이유다.


아침 출근시간에 대중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적지 않은 운동이 된다고 한다.


최 전무 역시 노인건강과 복지후생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농업무역센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의 노인건강.의료 전시회인 '제1회 한경 실버페어'도 꼭 가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시회에서는 실버용품 실버금융 실버의료 실버관광 등 관련 1백여개 업체가 참가, 노인용 최신 용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즉석에서 한방진료센터와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최근 '한경 실버페어'와 같은 행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서비스.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에는 '고령사회(Aged Society)'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각각 도달하는 등 노인문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최근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노인의료 복지시설을 전체 노인인구의 2% 수준인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안에 확충하고, 노인건강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노인의학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경로연금 지급대상자를 올해 60만명에서 내년에는 80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노인의 고용기회를 늘리기 위해 정년퇴직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도입하고 인력모집 및 채용시 고령을 이유로 젊은 사람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실버산업을 키우기 위해 농업진흥지역 이외 지역에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할 때 대체농지조성비 감면비율을 비영리법인의 경우 현행 50%에서 1백%로 확대, 비용을 줄여줄 계획이다.


복지부는 노인정책 전반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을 만드는 한편 노인업무의 범정부적 총괄 조정기구 역할을 할 고령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정부는 장기요양노인 보호자의 부양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양비에 대해 소득공제해 주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치매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을 내년중 3백19개소(올해 2백29개소)로 늘리고 노인전문간호사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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