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공계 대학들이 홍보와 마케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즉석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이동식 트럭을 전국의 고등학교로 몰고다니며 입학생 몰이에 나서고 있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과학 캠프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우회전략을 쓰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는 지난 28일부터 8t 트럭을 개조한 '이동과학교실' 트레일러를 몰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각종 과학실험을 선보이는 이색 홍보전에 돌입했다. '촛불의 자동점화' '붉은 양배추를 이용한 물질의 산성.염기성 판별' 등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원리를 간이실험실에서 실현해 보이고 있다. 간단한 야외 실험실습이 끝난 후에 과학영화까지 상영할 계획이다. 최정훈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소장은 "2일부터 서울.경기지역 10개 초.중.고교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국의 모든 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동과학교실은 이공계 진학률 감소에 따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국내 과학기술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이용해 과학캠프를 여는 대학들도 있다. 포항공대는 내년 1월 고교 2학년생 2백50명을 대상으로 '이공계 학과 대탐험' 캠프을 열 계획이다. 수학.과학에 뛰어난 인재들을 일찌감치 선점한다는게 주 목적.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학과의 실험실을 견학하거나 대학 선배들과 대화하는 시간 등을 마련해 과학기술자로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화여대도 여성 과학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운다는 슬로건 아래 지난 8월 '여학생 과학캠프'를 개최했다. 이화여대는 내년에도 캠프를 개최해 이공계 학과 홍보에 힘쓸 계획이다. 그동안 다른 대학에 비해 느긋한 태도를 보였던 서울대학도 갈수록 심화되는 이공계기피 현상에 따라 올해부터는 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이공계의 매력을 홍보하는 PR책자 3천부를 발간, 전국 고등학교에 배포했다. '내가 공과대학에 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이 책자에는 공대 졸업생의 취업.진로 현황과 선진국 이공계 학생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졸업생 소개 등이 담겨 있다. 또 '공대 출신은 엔지니어만 할 수 있다'는 수험생들의 통념을 깨뜨리기 위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정부 부처 서기관, 벤처기업 간부, 변리사 등 다양한 직업에 진출한 공대 졸업생을 소개하고 있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이공계 학과를 꺼리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학교 알리기'와 '이공계 바로 보기'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최근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3 수험생뿐 아니라 초.중학생으로 홍보대상이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