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때문에 가족과 헤어지고 호적상 사망처리까지 됐던 50대가 생애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에 사는 전동환(51)씨는 최근 강남동 사무소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또 이를 바탕으로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보험증을 발급받고 자신 명의의 저축통장까지 개설했다. 이처럼 전씨가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증을 뒤늦게나마 발급받게 된 것은 가난때문에 가족과 헤어진뒤 혼자 살아오면서 자신의 신원을 보증해줄 사람이 없는데다 호적상 사망처리까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씨는 지난 2월 춘천 강촌검문소에서 지상근(52)경사가 불심검문을 하던 중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연을 듣고 전씨의 호적을 찾아주기위해 법원과 동사무소를 9개월간 찾아다니고 보증을 서는 등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전씨는 지경사의 도움으로 아버지 전석봉(90.충남 태안군 안면읍 숭언리)씨를 비롯해 어머니 조삼중(75)씨, 여동생 선숙(46)씨 등을 상봉하는 기쁨도 맛봤다. 전씨가 50대가 되어서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던 것은 6.25전쟁중 끼니를 때우기 위해 친척집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여동생의 주소지가 수시로 변하면서 연락이 끊어지고 결국 호적상 사망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씨는 그동안 주민등록증이 없어 병원조차 찾지 못하는 등 평생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검문때마다 거동수상자로 지목돼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전씨는 공사판이나 남의 집에서 설거지를 하며 입에 풀칠을 해오는 와중에서도 명절이면 부모님의 제사상을 혼자 차리는 등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씨는 "평생 가지고 싶었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돌아가신줄 알았던 부모님까지 만나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의료보험증으로 치아 치료까지 받을 수 있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이해용기자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