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 한국에 입국해서 6월17일 필리핀 대사관측에 의해 구출된 필리핀 여성 M(23)씨는 2개월반의 지옥같은 국내 기지촌 생활을 2권의 일기장에 절절한 필치로 기록, 경종을 울리고 있다. M씨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 태국 방콕에서 쓴 3월30일자 일기에서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한국에 대한 두려움이 누그러졌다"며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한국 입국 직후인 4월3일자 일기에서는 "맙소사, 창녀가 되라니...어떻게 손님을 접대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인에게 야단만 맞았다"며 서서히 현실에 눈을뜨기 시작했다. 그는 5월19일자 일기를 통해 "휴일도 없다. 클럽 주인은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빌려 쓰는 것도 금지했다. 심지어 사물함을 열어 소지품을 검사하기도 했다. 갖은 명목으로 월급에서 공제했다. 손님으로부터 팁도 받지 못했고 쥐꼬리만한 식비가 지급됐을 뿐이다"며 성착취 실태를 폭로했다. 심지어 기지촌에 감금된 피해 여성들은 손님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M씨는 6월3일자 일기에서 "동료 한명이 외박을 나간 한국 남자에게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돌아왔다. 심지어 그 남자는 돈을 훔쳤다고 신고까지 했다. 마치 내가 그 일을 당한 것처럼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며 고발했다. 그는 "한번은 주인의 친구라는 사람이 가끔 우리가 묵고 있는 방으로 올라와 칼을 꺼내들고 장난을 쳤다. 정말 한국 사람들은 개XX들이다"(4월11일)며 "한국사람은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다들 섹스에 굶주린 미치광이들일 뿐"(4월17일)이라며 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원망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M씨는 자국 대사관 직원들에 의해 구출된 6월17일자 일기에서 환희에 휩싸인채"평생동안 오늘 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이번 일로 우리를 속였던 사람들도 반성하게될 것이다. 나를 포함해 동료들도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