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로 인한 피해를 배상토록 규정한 현행 증권거래법의 조항이 불명확하다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최근 분식회계 등 허위공시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잇달아 소송을 내고 있어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판사)는 14일 대우중공업 등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에 대해 "투자자의 손해배상액 산정기준이 되는 현행 증권거래법 14조와 15조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제청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내 증시의 유가증권 매매는 증권예탁원에 의한 '증권예탁결제'여서 과거 여러 번에 걸쳐 매입한 주식을 팔았다면 언제 사들인 주식을 언제 팔았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허위공시 이후 이를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불분명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다 판 주식의 매입시점이 허위공시 이전인지 이후인지 구분하기 힘든데다 주가도 계속 변화, 매각 시점에 따라 배상액이 큰 차이를 보여 투자자는 물론 해당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투자자가 허위공시 전에 1백주, 이후 1백주 등 2백주를 보유하다 분식이 드러난 뒤 1백주를 매각했고 이후 주가가 더 내려갔다면 피해액 산정이 사실상 어렵다. 이번 제청으로 해당 규정이 위헌판정이 나더라도 효력은 소급되지 않고 판정 이후 소송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헌 판정이 난 뒤의 판결 방향은 두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허위공시로 인한 피해를 배상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허위공시 이전에 산 주식도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허위공시가 '보유해도 좋은 주식'이란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다. 다른 하나는 허위공시 이후에 산 주식에만 보상하되 현행 규정은 공시 이전과 이후에 주식을 사고 이를 팔았을 경우 예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