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은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제휴법인인 아더앤더슨이 '엔론 스캔들'로 몰락하면서 다른 해외 제휴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법인과 합병을 통해 살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당초 우려와 달리 주요 고객사의 이탈은 거의 없었고 회계법인의 최대 자산인 회계사 등 직원들도 제자리를 지켰다. 특히 세계적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의 제휴사인 하나회계법인과의 통합을 추진,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양승우 대표이사는 "제휴선만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로 바뀌었을 뿐 안진의 내부역량은 유지되고 있다"며 "하나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86년 안암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안진은 두차례의 합병을 통해 업계 정상권으로 도약했다. 양 대표가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인간중심(People)'과 '전문가정신(Professionalism)'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아끼고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안진을 한국을 대표하는 회계법인으로 성장케 한 비결이라는 얘기다. 안진은 금융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안진은 IMF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은행구조조정작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안진은 기업구조조정,부실채권처리 같은 기업금융분야을 비롯 반덤핑서비스,통신및 보안관련 컨설팅,금융사 리스크관리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조흥·한미·기업은행 등 은행권은 물론 삼성·현투·동원·한화증권 등 증권사,삼성·국민·우리 등 신용카드사와 제일화재·신동아화재 등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금융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또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자동차회사와 KTF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통신회사,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롯데쇼핑 한화 대우종합기계 삼성종합화학 에버랜드 LG산전 포스코건설 현대미포조선 등이 주요 고객사다. 국내 정상의 회계법인답게 안진을 이끄는 리더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회계업계의 리더중 한명으로 꼽히는 양 대표는 80년대부터 반덤핑 분야에서 일해왔다. 부드러운 인상에 국제감각도 탁월해 국내 회계사로는 처음으로 세계공인회계사연맹(IFAC) 이사회 멤버로 뽑혔다. 김익래 부회장은 세동회계법인 대표이사와 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을 지낸 업계 원로다. 감사1본부장인 신용인 부대표는 지난 2000년 JP모건과 칼라일 컨소시엄에 한미은행 지분을 매각,2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한 주역이다. 에너지 및 설비부문을 담당하는 감사2본부 강창구 부대표는 지난 1978년 공인회계사에 등록한 베테랑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 경영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PwC에서는 IBM HP 노키아 등 다국적기업의 감사를 주로 맡았다. 감사3본부장인 이차복 부대표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산파역할을 했다. 1998년 국제공개입찰로 진행된 기아차 인수에서 안진의 오랜 고객인 현대차의 자문역으로 최종 낙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무자문본부 김재후 부대표는 M&A(기업인수 합병)와 기업분할과 관련된 세무컨설팅 등 국제조세관련 전문가다. 공인회계사회 국제조세위원회 부위원장과 미상공회의소 조세위원회위원,국제조세협회(IFA) 총무이사를 지냈다. 심리실장인 홍순호 부대표는 회계감사 전문가로 마케팅 등 지원본부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정인 상무는 은행 구조조정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해낸 '금융통'이다. 1998년 은행구조조정작업의 실무간사로 은행평가시 미래상환능력이라는 잣대를 도입한 실무주역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