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저녁은 뭐야?" "김치찌개. 어때 맛있니?"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우리 아빠 최고." 지난 12일 해거름 서울 서초구 반포초등학교 운동장. 학교 아버지회가 마련한 '아빠와 함께하는 부자녀(父子女) 캠프'에 참가한 2백여명의 아빠와 아이들이 저녁식사 준비로 부산했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고 아버지들은 모처럼 아이들과 얘기꽃을 피웠다. 이 학교 아버지회가 결성된 것은 지난 3월.바쁜 일과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자괴심과 육아는 더 이상 엄마몫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4월 청계산 등반대회를 열어 4백여명의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한데 이어 이번에 '부자녀캠프'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3학년 김진영양(10)은 "아버지회가 생기고 나서 아빠를 자주 볼수 있어 너무 좋다"며 즐거워했다. 얼마 전 아내의 권유로 아버지회에 가입했다는 김종성씨(38)는 "아버지회 활동이 생소해 쑥스럽기도 했지만 아이(정훈)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몰라보게 친해졌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학부형 최석민씨(38)도 "아들(도현)이 게임을 하자고 졸라도 한번도 제대로 놀아준 적이 없었다"며 "아버지회 활동으로 가정 전체가 밝아졌다"며 뿌듯해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아이들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평소에 못다한 얘기를 하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13일 아침에는 한강 고수부지까지 '아빠와 함께 하는 산책과 대화'를 하고 '아빠와 함께 하는 짝축구'도 하며 아빠와 아이들은 한층 친해진 모습이었다. 엄상현 아버지회 회장은 "아버지들이 자녀교육에 신경을 조금만 더 쓰면 가정 학교 나아가 사회전체가 밝고 건전해질 것"이라면서 "아버지회 활동이 다른 학교와 도시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정순 반포초등학교 교장은 "아버지들이 모여서 자녀교육과 학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로 공교육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이 학교 경험을 타학교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