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사건 급증=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검사 한봉조)는 4일 벤처기업이 개발한 무선통신모뎀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TIM와이어리스사 대표 강모씨(35) 등 4명을 구속했다. 강씨 등이 빼낸 'cdma 1x 2.5세대용 무선통신기술'은 PDA 및 노트북용 무선모뎀에 사용하는 첨단기술.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작년 12월 말 이소텔레콤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하다 과장 이모씨(34·구속)와 함께 회사를 퇴직,TIM와이어리스사를 설립한 뒤 김모씨(30·구속) 등 이소텔레콤 출신 엔지니어 2명에게 지시해 이 기술을 빼낸 뒤 무선모뎀 1백50개를 만들어 중국에 팔려고 했다. 이에 앞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 2일 삼성전자 휴대폰 기술을 빼낸 혐의로 벨웨이브의 양모 사장(49)과 전모 이사(41·전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0년 6월 영입한 전 삼성전자 연구원 전씨로부터 당시 삼성전자의 신종 휴대폰 SGH 800의 핵심기술을 빼내 중국 등에 기술을 팔아 7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PDA 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겨준 천우통신기술연구원 대표 오모씨(42)와 이 회사 연구소장 김모씨(31) 등 2명이 구속됐고,지난달 10일에는 벤처기업의 주가분석 프로그램을 빼내 도용한 팍스넷 개발팀장 장모씨(31)가 붙잡혔다. ◆막대한 기업·국가적 피해=핵심기술이 유출되면 해당 기업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TIM와이어리스사에 무선모뎀 기술이 유출된 이소텔레콤의 경우 자체 개발한 모뎀이 전혀 판매되지 않아 20억원 가량의 재고 부담을 지게 됐고 15억원을 주고 사용권을 사들인 각종 프로그램 소스코드가 무단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개발비 2억9천만원도 날아갔다. 지난해 말 유럽형 이동통신(GSM) 단말기의 핵심기술이 중국 공기업에 유출된 맥슨텔레콤은 이 회사와 맺기로 한 단말기 수출계약이 해지돼 2백75억원의 손해를 입었었다. 작년 2월에는 삼성전자 연구원 2명이 1천9백70억원을 들여 투자한 음성정합장치 등 6개 이동통신 첨단기술을 디스켓에 복사해 빼내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기술이 유출되면 상당수 기업은 해당 사업을 포기하곤 한다"며 "이같은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 걸린 기업들=기업들은 자사의 핵심기술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보안시스템을 이중삼중으로 갖춰 놓고 있다. 새 기술을 개발한 인력에 대해서는 '두둑한' 보상도 아끼지 않는다. 삼성전자 서종국 차장은 "인트라넷의 방화벽을 2중,3중으로 강화해 정보유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핵심기술을 개발한 연구원에게는 타사로의 이직 등을 막기 위해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오세천 차장은 "기술개발의 산실인 연구소에는 본사 직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이 강하다"며 "연구소에서는 디스켓을 들고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칩 개발업체인 마크로젠 신정섭 팀장은 "기술인력을 채용할 때는 퇴직 후 2년 동안 동종업계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 기술 유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홍성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