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열상 공동 5위급의 고위경찰로서 "불교에귀의하겠다"며 2일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한 서울경찰청차장 김기영(金奇榮) 치안감의 `파격적 결단'이 휴일인 3일까지 경찰은 물론 관가(官街)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경찰 내부에서는 내년초 인사때 경찰의 '야전사령관'격인 지방경찰청장 임명을앞두고 있던 김 치안감의 결단을 "범인이라면 쉽사리 내릴 수 없는 결단"이라며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김 치안감이 해병대 장교출신에다,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경비부장을 거쳐수도서울의 집회.시위 경비를 총괄해오면서 대표적 '강성 경찰'로 알려져 있어 '불교 귀의'라는 그의 선택이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치안감과 가까운 한 경찰간부는 "김 차장은 원칙과 소신이 뚜렷하며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라며 "주변의 간곡한 만류가 있었지만 조직을 그만두는 결정도그답게 면도칼처럼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치안감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당일의 행보도 파격적이었다. 그는 이날 아침참모 보고를 정상적으로 받고, 업무지시까지 모두 내려 아무도 김 치안감의 결심을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한 총경은 "아침 보고때도 치안감 계급장을 단 경찰제복을 입고 정상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았고, 얼마뒤 조직을 그만두고 나갈 사람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아침 업무처리를 마무리하고서야 이대길(李大吉)서울경찰청장에 이런 뜻을 밝히고, 인사실무자에게 명퇴서를 제출한뒤 낮12시께 청사를 떠났다. 더욱이 김 치안감의 이날 명예퇴직 결정은 가족들과 상의하지 않은채 홀로 결단을 내렸고, 명퇴 신청서 제출사실을 부인에게 전화로 알린뒤 "며칠간 지방에 내려갔다 오겠다"며 곧바로 서울을 떠났다. 부인 곽정선(51)씨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당황스럽다. 최근 불교를 공부하겠다며 경찰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지만 실제 결행에 옮길줄은 몰랐다"며 "불교에 귀의하겠다지만 실제 출가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 경비업무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분이라조직으로서 아까운 일"이라며 "평소 강직하고 명예욕같은 것과 거리가 멀었던 분이라 나름대로 결단을 내리고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기자 jhpar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