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2,3개 외국어를 말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키우는 게 한국외국어대의 발전 방향입니다." 지난달 23일 제7대 한국외국어대 총장에 취임한 안병만 총장은 '외국어와 국제지역 연구 분야 특성화'를 통해 외국어대를 글로벌 인력 양성의 본산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총장이 외대 총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 지난 94년부터 98년까지 제5대 총장 재임기간에는 외국어와 국제지역 연구를 특성화해 외대 발전의 큰 틀을 다졌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안 총장은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 임직원과 공무원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외국학종합연구센터'를 신설했던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회상했다. 안 총장은 지금의 외대를 '위기'라고 규정했다. 수험생 수가 대학정원보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대가 국가·사회·학생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외대는 '외국어 연구'와 '국제지역 연구'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움직이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다. "해외 각지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각 나라의 언어와 지역별 연구가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외대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부와 기업이 이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지요." 안 총장은 이를 위해 외국학종합연구센터를 활성화시켜 더 많은 정부·기업체 인력을 교육할 계획이다. 그는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지역은 앞으로 우리 기업의 새로운 무대"라며 "내년 4월부터 외국어 교육과정에 중앙아시아 지역의 13개 언어과정을 신설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어학부를 영어대학으로 승격하고 일본어와 중국어학과를 통합한 동북아학부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외국어만 쓰는 기숙사를 세우고 비외국어학과의 학생들도 외국어 한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플러스 알파' 제도를 실시할 생각이다. 그는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며 "외대가 외국어과정을 경쟁력 있게 바꾼다면 사회와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학자로 출발해 대학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안 총장은 "학문의 본질을 잘 알고 기업의 CEO처럼 국가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임기 동안 외대를 국내 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