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전국의 수해지역에서는 복구와 재기의 열기가 힘차게 일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등이 크게 부족,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가장 많은 재산피해(1천914억원)를 낸 강원도 영동 지역은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복구 인력과 장비 등은 물론 식수.생필품마저부족, 수재민들의 고통은 깊어만 가고 있다. 3일 오후 3시 현재 연합뉴스 전국취재망과 중앙재해대책본부를 통해 집계한 결과,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해 전국에서 21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8천77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강원도 영동지역과 경북 김천 등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지역의 피해집계가 늦어지고 있어 정밀조사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원지역 강원도 재해대책본부는 3일 군장병 6천181명, 주민 3천63명, 공무원 9천619명등 모두 1만8천863명이 복구작업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작업에는 굴착기 252대, 덤프트럭 235대, 군장비 26대 등이 동원됐다. 공급이 중단된 상수도 시설 중 33%는 복구됐으나 아직 7만3천여가구, 26만여명의 주민이 수돗물 공급을 못 받고 있어 생수(1.8ℓ) 6천여박스를 긴급 배포했으며모포와 응급구호 세트, 취사차량 등을 긴급 지원하는 한편 가스레인지 등 구호물품의 추가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태풍 피해지역의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해 1천12명에게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했으며 944곳의 수해지역에 방역소독을 했다. 또한 수해 폐기물은 9개 시.군에 5만5천t이 쌓여 있으나 진입로 차단 등으로 현재 5.8% 정도(3천여t)만 처리한 상태다. 도는 또 피해주택에 대해 오는 5일까지 기초조사를 끝내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반파 또는 침수 주택에 대해서는 건축물 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강원도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응급구호 생계비 9억5천500만원과 침수주택 수리비 119억7천200만원, 사망 위로금(115명)을 서둘러 지원, 피해복구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남지역 경남도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도내 20개 시.군에 1만5천여명의 인원과800여대의 장비를 동원해 침수지역 방역 및 침수가옥 청소 등의 응급복구에 나섰다. 특히 의령과 하동, 산청, 함양, 거창, 합천 등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1천여명 이상의 인원과 100여대의 장비를 투입해 붕괴된 제방, 도로 등을 고치고 붕괴 우려가 높은 둑과 하천을 북돋웠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3일 오전 현재 피해액(잠정)이 1천450억원에 이르고 있고 김천지역까지 포함하면 2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지원된 긴급 복구비는 고작 1억6천만원에 그쳤다. 또 긴급복구해야 할 도로와 교량, 하천.수리시설 등 공공시설이 2천196곳에 달하지만 인원과 장비는 겨우 12%인 267곳에만 투입돼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교통 대동맥인 경부선이 반쪽 운행 중으로 김천시 황금동 경부선 하행선의감천 철교 복구작업은 10일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피해 복구는 도로가 끊기고 침수지역의 물이 빠지지 않아 더욱 지연되고있다. 이에 따라 김천을 비롯한 경북도내 각 시.군은 이날 민.관.군 1만여명과 중장비600여대를 동원하는 등 공공시설물을 중심으로 긴급 복구에 들어갔다. 울산지역에서는 태풍피해 복구에 행정과 경찰, 군은 물론 수형자까지 나섰다. 울산시는 이날 공무원 320명, 울산지방경찰청 520명, 군인 150명, 울산구치소 40명, 민간인 등 모두 1천100여명과 60여대의 장비를 수해현장에 투입, 복구작업을도왔다. ◇호남지역 광주.전남지역에서는 3일 민.관.군.경.소방서대원까지 2천600명의 인원, 147대의 장비, 말뚝.포대 등 5천712개의 각종 자재가 동원된 가운데 도로와 하천 32곳 등모두 979곳에서 복구작업이 펼쳐졌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도내 벼 재배면적 21만㏊중 13%에 달하는 2만6천㏊가 침수.쓰러짐.매몰 등의 피해를 봐 조기 복구를 하지 않을 시 40-60%의 소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벼 일으켜 세우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남지역 202개 회원농협도 해당 지역별로 벼 일으켜 세우기 지원에 나섰다. 민간기업으로 수해복구에 동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 300명도 이날 방역장비 등을 지참하고 광양시 옥룡.옥곡면 일대에서 벼 세우기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밖에 전염성 질병 예방을 위해 76개반 328명으로 구성된 방역활동반과 13개반 29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반이 여수와 순천 등 8개시.군 458개 마을에서 사흘째방역 작업을 폈다. 도는 이와 함께 농작물 병충해 방제와 축사 청소, 밭작물 배수 관리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각 농가에 당부했다. ◇충청지역 태풍과 집중호우로 4개 읍.면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충북 영동지역에서 수해4일째를 맞아 민.관.군 3만여명이 복구작업에 나서 구슬 땀을 흘렸다. 영동군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군인과 공무원.학생 1천500여명과 굴착기, 덤프트럭, 소방차 등 100여대의 중장비를 수해현장에 투입, 수재민과 함께 쓰레기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붕괴 또는 유실된 도로 및 하천 둑 복구에 힘을 모았다. 또 보건소는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 인접 시.군에서 지원받은 방역차량 6대와50여대의 휴대용 연막.분무기를 동원, 영동읍과 황간.상촌.매곡.추풍령 등 침수지역을 집중적으로 돌며 방역작업을 벌였다. 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시.군과 군부대.사회단체에서 지원한 인력도 수해현장에대거 투입됐다. 육군 제37사단과 8탄약창 장병 600여명이 3일째 수재민들을 돕고 있고 도와 인접 시.군 공무원과 학생 700여명도 복구현장을 찾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또 청주와 충주.제천.음성 등 8개 시.군 자원봉사센터와 대한적십자사 회원 등이 이재민보호소 등에서 수재민과 지원 인력 등에게 식사와 간식을 제공했다. 174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충남지역도 이날 공무원 3천28명, 군인 2천905명 등 6천393명의 인력과 중장비 등을 동원, 피해가 컸던 천안시 동면, 병천면과 금산군 제원면, 복수면 등에 집중 투입됐다. ◇수도권.제주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한 경기도내 재산 피해액이 82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도는 복구작업과 함께 타 지역 복구활동을 지원했다. 도는 전날 1만여명의 인원을 동원, 벼 세우기 등 복구작업을 벌였으며 쓰러진가로수 제거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국전력도 6만9천여가구의 정전피해 가구에 대한 복구공사를 마쳤다. 또한 지난 9일부터 물탱크 차량 10대와 인력 25명, 소방헬기 등을 강원도 강릉지역에 파견, 복구작업을 지원했으며 이날 생수 5t트럭 45대분과 5개 방역지원반을강릉지역에 보냈다. 제주 지역에서도 민.관.군 인력 1만3천900여명이 혼연일체가 돼 전기,통신,수도등 기반시설 응급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단수지역에는 소방차를 총동원, 3만7천240t의 물을 실어날라 17만5천명의주민에게 물을 공급했다. 또한 이번 태풍으로 6만2천560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장비 720대를동원해 전주 1만1천93개와 파손된 변압기 80대를 고치는 한편 통신이 두절된 1만3천351가구에서도 복구작업을 벌였다. 이 밖에 인력 1만7천200여명과 덤프트럭 등 장비 1천445대를 동원, 15개 노선도로 10㎞를 보수하고 10곳 12㎞에 널려진 하천 폐기물 등을 제거했으며 20곳 25㎞의 하수도 퇴적물도 걷어냈다. pk3@yna.co.kr, bgipark@yna.co.kr, parksk@yna.co.kr, kwang@yna.co.kr, (영동.강릉.광주.수원=연합뉴스) 박상철.박병기.황봉규.김광호.윤석이기자 =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