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없어졌는데 아비의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겠습니까" 제15호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최악의 피해를 남긴 강원도 강릉지역에서 폭우속에 맏딸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밥을 굶은 채 시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 강동면 모전리에서 삼원농장이라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윤은모(46)씨는 지난 달 31일 오전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각각 다니는 딸 2명을 태워다 주고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에 집이 휩쓸리면서 큰딸 희진(20)씨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당시 윤씨의 집은 천장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큰딸의 방 창문이 열려 있던 것으로 보아 물이 불어나자 이를 통해 빠져나오다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3일째 한 끼도 먹지 못한 윤씨는 2일 오후에도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집주변을 비롯해 동해로 빠지는 군선강을 오르내리며 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강변을 헤매고 있다. 2년전 충청도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윤씨 부부는 현재 동해안지역에서 제법 규모가 큰 농장을 일궈 토종닭 7만여마리를 길렀으나 이번 폭우로 축사 7동과 함께 순식간에 모두 잃어 버리고 말았다. 이 마을은 진입로인 안장교에 통나무가 걸리면서 둑이 무너져 큰 피해를 보았으며 현재 물을 비롯해 전기, 전화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윤씨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어하던 딸이 남긴 스케치북과 평소 읽던 책들을 볼 때마다 딸이 살아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면서 "고향에 90이 넘은 부모가 계시지만 이 소식을 듣고 쓰러지실 것 같아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 이해용기자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