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RUSA)'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제주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지방은 30일 오후부터 이틀째 초속 20-30m 강풍과 함께 한라산 어리목에 최고 65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31일 새벽 3시께부터 남제주군과 서귀포시 전지역과 제주시 일도2동 등지에서 정전사고가 나 6만여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30일 오후 10시께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반원형으로 덮은 지붕막 19칸 가운데 2칸이 강풍에 찢겨나는 등 이번 태풍으로 모두 3칸이 파손됐다. 31일 오전 1시께 파도가 휘몰아쳐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 바닷가의 제주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 본관건물과 기계실이 침수됐고 침수 예방작업을 벌이던 고경연 연구사가 파도에 휩쓸리면서 허리와 머리를 크게 다쳐 제주시 한국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북제주군 조천읍 신촌포구와 남제주군 남원항에서 어선 2척이 침수되거나 침몰했고, 서귀포시 동홍체육관 유리지붕 100㎡와 한림읍 상명리 화성농장 양계사 지붕이 파손됐으며 제주시 일도2동 대창빌라 외벽 붉은벽돌이 떨어지면서 주차중인 차량6대가 파손됐다.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절개지 150m가 무너져 내리며 천연기념물 163호인 담팔수군락이 훼손됐다. 또 제주시 신한은행 건물 유리창이 강풍때문에 깨졌으며, 남제주군 표선면 4거리 신호등 등 수십군데의 가로등과 신호등이 넘어졌고,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제주도지정문화재인 수령 500년생 팽나무가 찢겨져 나가는 등 가로수와 보호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초.중학교에 전면 휴교령을 내렸으며, 제주와 육지부를 잇는 항공교통도 완전히 두절돼 관광객 5천여명의 발이 묶였다. 강원지역에서도 태풍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강릉지역은 31일 오전 9시 20분 현재 대관령 230.5㎜, 강릉 231.5㎜, 주문진 154.5㎜ 등의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전 8시 15분께 강릉시 옥계면 납풍리 동해고속도로 동해 2터널 입구에 토사 20여t이 쏟아져 내려 차량운행이 전면통제되고 있다. 또 중앙로터리를 비롯해 경포대 입구, 강일여구 입구 등 대부분의 도로가 물에 잠긴데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져 운전자들이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이 도로변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폭우가 내리면서 시내 곳곳에서 하수가 역류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7번국도 주변 경포지역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성덕초교 등 강릉지역 4개 학교는 이날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교령을 내렸다. 경남지역에는 아직 별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사상 최악의 수해피해를 입은 김해시 한림면 지역의 경우 지난 10일 집중호우 당시 붕괴됐던 화포천 둑을 다시 쌓았지만 300㎜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면 추가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공무원과 주민이 순찰조를 편성해 점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10여일이상 물에 잠긴 주택이 많은 비와 강한 바람으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30일 오후부터 침수주택 주민들을 중심으로 임시수용소가 마련된 한림중.금곡초등학교 등으로 긴급대피를 유도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아예 외지의 친척집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김해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시내 전 초등학교에 임시휴교령을 내렸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승범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