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했던 60대가 무려 42년만에 학사모를 썼다. 지난 60년 성균관대 법률학과에 입학했다 가정형편상 학교를 두번이나 그만두었던 박계순씨(61.서울 관악구 신림본동)가 26일 졸업한 것.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과 단 둘이 세상에 던져진 박씨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서울에서 가정교사로 숙식을 해결하며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박씨는 대학2학년때 등록금 마련을 못해 제적이 된 뒤 이듬해 재입학했으나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또다시 학비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만 했다. 양복점 등 장사에 뛰어들었던 박씨는 작은 빌딩도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자 못다한 배움의 길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재입학해 마지막 향학열을 불태웠다. 12학점만 이수하면 한맺힌 학사모를 쓸 수 있었던 박씨는 그러나 중간고사를 보다 지병인 고혈압으로 쓰러져 한 과목 F학점을 받아 2학점 부족으로 또다시 졸업을 미뤄야만 했다. 몸을 회복한 박씨는 올해 다시 도전, 당당하게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다. 박씨는 "젊은 학생들과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면서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라. 가다가 중지하면 안가느니만 못하다'는 옛말을 들려주곤 했다"며 "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울 따름"이라고 기뻐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