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는 23일 2차 공판에서 "부친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주변 관리를 잘하고 당부하셨는데 내 잘못으로 현 정부가 국민에게 부패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데 책임을 통감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홍업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홍업씨는 "부친의 당선후 내 처신이 부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과의 만남도 극도로 자제하고 김성환씨 등 오랜 친구들 하고만 자주 어울렸다"며 "그러나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친구로서 존중했던 김성환씨가 검찰 조사 등에서 자기 스스로를 나의`집사'나 `시종' 등으로 지칭했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며 "만약 친구들이 거액의 돈거래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다시는 만나지도 않았을것"이라고 말했다. `홍업씨가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한달 술값으로 1억원이 들었다'는 김성환씨의 법정 진술에 대해 홍업씨는 "술은 한달에 3-4번 정도 마셨고, 대통령의 아들이라경호원이 따라다녔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 저녁 11시를 전후해 먼저 술자리를 나오기 일쑤였다"며 반박했다. 홍업씨는 자신의 공소사실과 관련, 김성환씨 등 `측근 3인방'이 기업체 등으로 부터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거나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지만 자신이 직접 받은 돈에 대해서는 "청탁이나 이권 관계로 받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홍업씨는 "97년 대선 이후부친께서 아태재단 후원회를 열지 못하게 해 재단운영이 어려웠다"며 "그래서 재단운영비와 야당 생활을 같이 한 사람들의 지원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홍업씨는 "이유가 무엇이 됐든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내 잘못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없고,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