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성이나 생태적 가치 측면에서 세계적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무분별한 관광개발로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전국의 자연동굴에 대한 생태조사가 착수된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자체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과 관광객에 의한 종유석 불법채취 등으로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동굴의 체계적인 보존대책을 세우기 위해 전국400여개의 자연동굴을 대상으로 정밀 생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올해 충북 단양군의 신안굴을 비롯한 31개의 동굴을 우선 조사하고 향후 10년간 매년 30-50개의 동굴에 대해 지질과식생, 식물상, 척추동물 등 8개 분야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희귀종이나 미기록 생물종이 발견되는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동굴은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질특성상 석회암층이 많아 자연동굴이 발달된 상태이며 특히 황금박쥐를 비롯한 각종 희귀 야생동물과 외부와 단절된 생태계에서 진화된 특이 생물종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동굴의 수는 300여개 정도이나 실제로는 최대 1천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보존가치가 높은 동굴은 300여개가 될 것으로 환경부는 짐작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공개된 동굴의 경우 조명과 시설물에 의한 지형훼손과 관광객에 의한 종유석, 석순 등의 파괴, 외부 공기의 유입과 온도 상승에 따른 동굴 건조화와박리현상으로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 미공개 동굴도 인근 주민이나 탐험객에 의한 파괴가 이뤄지기는 마찬가지지만천연기념물(13개)이나 지방기념물(19개)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동굴은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강원도 일대의 석회동굴과 제주도의 화산동굴 지대는 규모나지형의 다양성 등에서 세계적으로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지금까지 기초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며 "조사결과 가치가 높은 동굴은 서둘러 적절한보존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