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겹다. 이제 제발 좀 그쳤으면 좋으련만..."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최근 10여일째 계속되는 비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지난 12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기간 계속되는 비로 건축공사장이나 시장 등지에서 하루 벌어 먹고사는 영세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고 농민들은 올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시름에 잠겨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이번 비는 16일 오전 7시까지 대구.경북지방에 최하 392㎜에서 최고 611㎜까지 많은 양을 뿌렸다.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대구가 523㎜, 경북 봉화가 611㎜, 영주 502㎜, 울진 480㎜, 구미 425㎜, 영천 403㎜, 안동 402㎜ 등으로 곳곳에 물난리를 겪게 했다. 특히 이같은 10여일 이상 연속 강수량은 대구기상대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가장 많은 기록이다. 또 12일 연속 강수 일수로는 지난 1963년 6월16일부터 30일까지 15일간 이후 세 번째 기록이다. 대구기상대는 이번 비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찬 성질의 대륙성 고기압 사이에 기압골이 형성되면서 남서쪽으로부터 많은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유입, 비구름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원인을 설명하고 앞으로도 2-3일 더 흐리거나 비가 온 뒤20일께 개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비로 대구.경북지역의 각종 공사장은 완전 스톱 상태이고 여행업계는 예약취소가 속출했으며 여름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경주 등 호텔업계는 관광객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역시 바다를 찾는 피서객의 격감으로 여름장사를 망쳤다며 상인들은 울상이다. 대구시내 재래시장들도 채소 등 반입물품이 줄고 주부 등 찾는 사람들이 감소해 썰렁하기만 하다. 피해가 특히 심한 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 농민들은 물에 잠겼던 벼논이나 유실된 논밭에 대한 복구작업도 제대로 못한 채 계속 비를 뿌려대는 하늘을 원망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이걸구(63)씨는 "한창 더워야 할 시기에 날씨가 열흘이상 이렇게 좋지 않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면서 "고추는 달려 있지만 물러 터지는 등 논.밭작물 모두 피해가 심각한데 비가 더 내린다고 하니 올해 농사를 모두 망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안동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장기간 게속된 비로 벼농사 경우 중.만생종은 이삭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알맹이가 잘 여물지 않을 우려가 높다"며 "더구나 벼가 햇볕을 보지 못해 병해충도 크게 번질 것이다"고 염려했다. 또 "고추와 참깨, 과수 등 밭작물은 열흘이상 내린 비로 알맹이가 제대로 여물지 않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고추는 뿌리가 물속에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아져도 시들거나 탄저병 등으로 수확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 여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월포해수욕장에서 30여평을 임대해 슈퍼마켓을 했던 박향열(50.포항시 남구 송도동)씨는 "계속된 집중호우로 피서객이 거의 없어 큰 적자를 보게 됐다며 궂은 날씨를 원망했다. (대구.안동=연합뉴스) 김효중.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