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만든 지하 시설물에 중국에서 수탈한 엄청난 양의 보물이 과연 존재할까. 지난 9년간 부산항에서 일제의 보물을 추적해온 다큐멘터리 작가 정충제씨(53)는 '보물은 분명히 있다'며 확신에 차있다. 보물 탐사를 시작한 후 수십차례 중국과 일본을 드나들었던 정씨는 5일 문제의 땅(부산시 남구 문현4동 1219의1 K건재상 부지) 지하 통로를 발견하고 이 곳에 일제가 만든 지하어뢰공장이 있었고 중국에서 수탈해 온 '보물'의 은신처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중국 현지 조사활동을 펼친 결과 일제의 중국 보물 약탈기간은 패망직전인 1945년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약 한달간이었으며 일본군에 의해 중국 전 점령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약탈품목은 당시 중국에서 통용되던 금괴(한냥=50g.닷냥, 열냥)가 주 대상이었고 고궁이나 박물관에 보존돼 있던 문화재 등도 포함돼 있다. 정씨 조사에 따르면 일본군이 약탈한 보물 규모는 금괴 4백50t, 금동불상 36좌, 중국의 3대 보물중 하나인 비취 쌍불상을 비롯한 귀중한 문화재 등으로 그 가치는 정확히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 정씨는 당시 일본 제국 육군 중좌 미우라 도시오의 책임아래 보물이 베이징역에서 화차로 보름 만에 군용역이자 종착지인 부산항 우암역으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했다. 일제가 우암 지하시설물을 보물 은닉장소로 삼은 것은 44년 전세가 연합군쪽으로 기울면서 미 해군이 대한해협 등 근해를 완전히 장악, 일본 군함의 항로가 모조리 봉쇄된데다 해안선을 따라 기뢰가 설치되고 잠수함이 요소 요소에서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보물을 이송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정씨의 분석이다. 따라서 일제는 일단 부산항 내항 깊숙한 곳에 만들어 놓은 지하 어뢰공장의 어뢰를 들어내고 이곳에 보물을 숨겨뒀다는 것이 정씨의 판단이다. 정씨는 "현 국제법상 이런 보물들은 50년이 지나면 발견된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부산항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은 대한민국의 '국가 재산'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