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가장 무더운 1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나라꽃 무궁화를 대하는 마음들이 예전같지 않은듯 해 안타깝습니다." 20년이 넘게 무궁화 품종 개량에 힘써온 성균관대 식물원 원장 심경구 박사(61)는 최근 무궁화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너무 식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정부차원의 대책도 사실상 없어 그를 더욱 외롭게 한다. 심 박사가 무궁화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유학시절 미국이 전 세계 국가의 국화(國花)를 연구하는 것에 자극받아 무궁화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미국은 외교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세계 각국의 국화를 연구했고 20년 전만 해도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무궁화 연구가 진척돼 있었습니다." 심 박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무궁화 연구에 뛰어들었고 분재용 무궁화와 가로수용 무궁화 등 다양한 무궁화 품종을 육성하기에 이르렀다. "국화인 무궁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 하나 없습니다. 수백억원을 들인 월드컵 무궁화 거리 조성도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제대로 키우면 무궁화는 느티나무 못지 않은 아름드리 거대목으로 자란다고 지적한 심 박사는 "한 번 심어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 통에 무궁화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박사는 월드컵을 통해 고양된 나라 사랑 의식과 정부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무궁화 박물관은 아니더라도 무궁화 공원이나 무궁화 거리라도 제대로 갖춰졌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개화 시간이 36시간에 달하는 '심산(心山)'을 비롯 12개의 신품종을 개발한 심 박사는 최근 진딧물 등 병해충에 강한 '청암(靑岩)'과 '송암(松岩)' 등 4개 신품종을 육성,오는 8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식물원에서 품평회와 명명식을 갖는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