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석학 루디거 돈부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 교수가 26일 워싱턴 자택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루디'라는 애칭으로 불려 온 돈부시 교수는 말 한마디가 국제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았다. 그는 특히 중남미와 동아시아 경제정책에 조예가 깊은 학자였다. 환율 이론에 정통한 돈부시 교수는 지난 94년 멕시코 페소화가 붕괴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견,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특히 1996년 10월에는 멕시코 페소화가 실제 가치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는 그의 한마디에 세계 외환시장의 폐소화 가치가 급락,그의 권위와 영향력을 증명해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했다. 개방경제학자인 그는 지난 2000년 1월 "한국은 관치주의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들은 관료들의 경영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가 '한국이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이유'란 글로 우리나라의 재벌개혁을 공격하자 '십자포화 속의 한국개혁'이란 반박 칼럼을 한국언론에 게재,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돈부시 교수는 1942년 6월8일 독일 크레펠트에서 출생,66년 스위스 제네바대학을 졸업하고 71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5년 MIT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78년 정교수가 됐다. 27년간 MIT에 봉직하면서 수많은 국제 경제정책 학자와 실무자들을 가르쳤으며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와 일본경제신문 등에 여러해 동안 칼럼을 쓰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