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의해 적발된 외국계 석유회사 S-Oil의 불공정 주식거래 및 회계부정 사건은 거래 규모가 크고 3년간 지속적으로 주가를 조작해왔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이 차명계좌로 주가를 조작하고, 분식회계를 처리한 점 등으로 미뤄이를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는 혐의를 포착,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사용처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주가조작 = 경찰에 따르면 S-Oil측의 주가조작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주가조작을 하기 전인 1999년 12월께 1주당 1만5천500원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자금 3천390억원을 동원, 38개 증권사 109개 지점에 2천300개 계좌를 개설한 뒤 자사 주식 1천20만주를 샀다. 이는 이 회사의 총 지분의 85%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모두 회사 임직원 명의로 돼 있다. 이 회사 대표 김선동(60)씨 등 5명은 본격적으로 2000년 3월부터 6개 증권사에서 차명인 14명의 이름을 빌려 계좌를 개설해 회사자금 1천억원을 '종자돈'으로 삼아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때부터 회장실과 회의실 등에서 사이버 거래를 통해 가장매매.고가주문.허수주문 등으로 모두 2만3천571차례에 걸쳐 주가를 조작하고, 지난해 12월 주식분할 때까지 1주당 5만6천원으로 무려 3.6배 이상 주가를 끌어올랐다. 경찰은 이들이 주가조작을 통해 804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 분식회계 = S-Oil측은 지난 3월22일 사무실에서 2001년말 재고재산 평가기준이 되는 12월 판매가액을 휘발유 등 4개 유종(油種)에 대해 11월과 12월 ±50원씩 판매단가를 조작했다. S-Oil의 지난해말 경영상황은 영업이익의 경우 2천163억원, 경상이익 -88억원, 재고평가손실 -632억원, 당기순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장부상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영업이익 2천163억원, 경상이익 293억원, 재고평가손실 -251억원, 당기순익 191억원으로 부풀리는 등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이 분식회계에 나선 것은 지난 2000∼2001년 회계에서 적자를 기록, 외국으로부터 '적색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Oil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가 대주주로, 영업적자가 나타났을 경우 '적색기업'으로 분류돼 은행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S-Oil측은 지난 200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무실에서 차명인 4명에게 50회에 걸쳐 808억원을 빌려주고, 이를 외상매출채권 및 미수금 계정으로 변칙회계처리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 비자금 조성 = 경찰은 또 S-Oil측이 지난 1994∼1999년 기밀비 항목에서 약 30억원을 조성한 뒤 지난 5월까지 13억원을 접대비 등에 사용하고, 17억여원을 차명인 4명 계좌에 분산해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3월께 이 자금으로 자사주식을 매입, 주가조작을 통해 자금이 68억상당이 불어났으며, 지난해 11월께 자금세탁법이 발효되기 직전 15명의 차명인 명의를 빌려 분산, 은닉한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 S-Oil측의 해명 = S-Oil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임직원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소유 및 지분구조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보유주주 확보 정책에 자발적으로 호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주식 매수 및 자금대여로 인한 손익은 모두 당사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이들의 계좌와 회사의 차명계좌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조종과 관련해서는 장기보유주주화를 위해 주로 주식을 매입했을 뿐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실현한 바 없으며, 주가를 급등시키기 위한 변칙매매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회계장부 조작 혐의에 대해 "매출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보유재고 자산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각종 지표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