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말 대선의 공정관리를 위해 내각의 엄정한 정치중립을 강조해온 가운데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장관이 정치인 모임에 참석,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행패를 부려 파문이 일고 있다. 신 장관은 15일 저녁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열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간의 회동에 참석한 뒤 나오다 방송기자들이 ENG카메라로 촬영하자 카메라를 손으로 치고 기자들의 멱살을 잡는 등 행패를 부렸다. 신 장관은 또 기자들에게 "이 ××들, 너희들은 형도 없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막말을 했다. 신 장관은 이날 회동이 끝난 뒤 맨 마지막으로 나오다 기자들이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몸을 피했다가 한참뒤 나왔으나 KBS와 YTN 등 일부 방송기자들이 남아 있자 이처럼 행패를 부리며 취재를 방해했다. 지난 1월 29일 입각한 신 장관은 당시에도 한나라당이 '자민련 몫'이라고 주장하는 등 친(親) 자민련 인사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날 김 총재와 만난 것이 드러나자 몹시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 장소는 당초 종로 모 한정식집으로 예약돼 있다가 오후 3시 취소된 뒤 돌연 S호텔 일식당으로 변경돼 김 총재가 신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행정부 주변에서는 "김 대통령이 내각에 엄정한 정치중립을 누차 당부해왔음에도 불구, 신 장관이 이같은 중립의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특정 정치인의 모임에 참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