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개발된 항균제로는 죽지 않는 초강력세균이 전국 병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원.정윤섭 교수팀은 지난 2000∼2001년 전국 28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7천275명의 고름과 가래 등 가검물을 조사한 결과,654명에게서 기존의 가장 강력한 항균제 카르파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새로운 녹농균(錄膿均)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조사대상 병원의 60%인 17개 병원 82명의 가검물에서 발견된 녹농균은 항균제의 특정성분을 분해해서 파괴하는 `VIM-2'라는 효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VIM-2효소를 가진 녹농균은 지난 2000년 프랑스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효소를 갖고 있는 녹농균의 경우 특히 다른 세균에 침투해 그 세균을 항균제에 듣지 않는 내성균으로 바꾸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녹농균은 그램(GRAM) 음성균에 속하는 내성균이다. 연구팀은 "세균은 일반적으로 그램 양성균과 그램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그램 양성균의 경우 그동안 치료제 개발이 꾸준히 진행됐지만, 그램 음성균은 지난 80년대말 강력한 항균제 카르파페넴이 개발된 뒤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이번에 발견된 녹농균을 퇴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면역이 저하된 환자가 새로 발견된 녹농균에 감염된 상황에서폐렴이나 패혈증까지 걸리면 치료가 매우 어려워 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세균에 감염되더라도 단순 상처감염 또는 요로감염이거나환자의 전체적인 면역력이 뛰어나면 퇴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