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왔다. 누구나 한번쯤 야자나무 너머의 눈부신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꿈꿔보는 때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낯선 곳에서 날 반겨주는 친구만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두배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종합레저회사 클럽메드에서 일하고 있는 안경화씨(26)는 여행객들의 영원한 '친구'다. 이 회사가 전세계에 운영하고 있는 1백25개 종합휴양지(빌리지)가운데 태국 푸켓 빌리지에서 4년째 GO(Gentle Organizer:관광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GO는 휴양지 내의 단순한 상주 직원이 아닌 고객의 휴가 프로그램을 이끄는 연출가 역할을 담당한다. 낮에는 리셉션,빌리지 PR,스포츠 강사 등 각기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각종 쇼에 등장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GO는 언제나 고객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도 그림자처럼 있는 듯 하면서도 없는 듯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됩니다. 빌리지에 처음 도착한 고객들의 환영행사부터 환송식까지 모든 걸 책임집니다." 체류휴식형 여행을 표방하는 클럽메드의 빌리지 안에서는 레저스포츠는 물론 각종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빌리지 안에서는 손님과 GO의 관계도 평등합니다. 서비스를 주고 받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휴식의 공동체 운영에 참가한 멤버와 운영자간 거의 대등한 관계가 설정되는 거죠." 한 쪽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즐기는 편안함에서 휴식은 극대화된다는 믿음이 바로 GO들이 지니고 있는 기본 철학이다. "GO는 고객과 24시간 함께 합니다. 식사도 같이 하고 근무시간 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이 빌리지내에서 이루어지므로 근무와 휴식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일로서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는 성격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안씨는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호텔 경영의 꿈을 펼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유학길에 올랐다. 이곳의 호텔 전문경영 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 99년 우연히 클럽메드의 말레이시아 채러팅 휴양지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이곳 업무에 매력을 느껴 정식 직원으로 지원하게 됐다. "빈탄,몰디브 등 한번 가보기도 힘든 다양한 휴양지를 돌아가며 여러나라 사람과 문화를 접한다는 게 가장 좋아보였어요.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과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됐죠." 하지만 GO들도 남모를 아픔을 겪고 있다. 일단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서비스해야 하는 만큼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적다. 가끔씩 밀려오는 한국의 부모님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안씨는 사람을 좋아하고 도전의식을 가진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추천한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이곳을 떠나는 고객들을 보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될 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으니까요."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