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관계기관 이권청탁 의혹과 관련 홍업씨가 로비대상으로 삼았던 기관 고위간부들의 실체가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국세청과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수사가 청탁과정을 대부분 드러낸 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 청탁의혹도 관련자들에 대한 잇단 소환조사로 급진전되고 있다. 검찰은 우선 홍업씨측이 지난해 2월과 11월 S판지에 대한 국세청의 모범납세자선정 및 외식업체 M사의 특별세무조사 무마와 관련해 안정남 전 국세청장에게 직접부탁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작년 11월 일본으로 출국한 뒤 캐나다를 거쳐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청장의 개입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 본청과 서울청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으며, 안 전청장에 대한 조사방법을 다각도로 강구중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홍업씨가 S건설의 화의인가 및 부채탕감과 관련해 이형택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게 청탁, 이 전 전무가 당시 대한종금에 파견돼 있던 부하직원 이모씨를 통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또 홍업씨측이 P종건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손용문 전 신보 전무를 통해 민원을 성사시킨 사실도 밝혀냈다. 주택공사 오모 사장의 로비자금 조성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내사종결 청탁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홍업씨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을 확인, 조만간 이 행정관을 불러 `윗선' 개입 여부를 추궁키로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의 경우도 홍업씨가 고위간부와 직접 접촉, 내사무마를 부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중이어서 고위층 로비대상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쪽도 홍업씨나 김성환씨가 내.수사 무마를 청탁한 서울지검,울산지검, 수원지검의 지난 98-2001년 당시 주임검사와 부장검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거의 마무리돼 이제 차장.검사장급 고위간부와 김성환씨가 직접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대검 수뇌부에 대한 조사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홍업씨측의 청탁과정이 윤곽을 드러내는 것과는 별도로 홍업씨가 접촉한 관계기관 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들 간부들이 홍업씨측으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관련자들도 대부분 재량권 범위내의 적법한 업무처리였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 내.수사무마 청탁의 경우 해당 지검의 당시 수사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기소나 내사종결에 대해 "외압이나 간섭은 없었으며, 소신에 따른 적법한 처리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가 더 이상의 진척없이 난관에 빠질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관계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다소 부당하게 처리한 것은 재량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형사처벌 대상이 안된다"며 "우리가 수사하고 있는 대부분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사법처리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